장면 — 약물에 기대 온 어머니가 창밖을 바라보며 억눌러온 고립감과 가족을 향한 원망을 흘려보내는 장면.
연기 포인트 — 소리치지 않는 조용한 절규이므로 호흡과 멈춤, 먼 시선으로 내면의 격랑을 전달해야 한다.
독백 전문
(창밖을 바라본다)
안개가 짙어지네. 다행이야. 난 안개가 좋아. 세상이 나를 못 보게 숨겨 주고, 나도 세상을 안 봐도 되니까. 안개 속에선 모든 게 달라 보여. 아무것도 진짜가 아닌 것 같고, 진짜가 아니면… 아프지도 않거든.
못 견디는 건 무적 소리야. 밤새도록 울면서 사람을 불러 대잖아. 잊게 내버려 두질 않아. 자꾸 일깨우고, 자꾸 끌고 돌아오고.
(사이)
이 집은 한 번도 집이었던 적이 없어. 남편은 진짜 가정이 어떤 건지 몰라. 원하지도 않지. 평생 호텔 방과 술집이 편한 사람이니까. 결혼하고 지금까지, 나는 제대로 된 집을 가져 본 적이 없어. 순회공연에 끌려다니면서 싸구려 호텔에서 애를 키웠지. 친구를 부를 수 있나, 변변한 하인이 있나. 그러니 다들 나를 찾지 않게 됐고, 나도… 혼자가 됐어.
외로웠어. 정말 외로웠어. 그런데 다들 나만 쳐다봐. 감시하듯이. 오늘 아침에도 셋이서 번갈아 내 눈을 들여다보더라. 내가 뭘 어쨌다고.
(손을 내려다본다)
손가락이 이렇게 굳었네. 류머티즘이야, 그것뿐이야. 옛날엔 이 손으로 피아노를 쳤는데. 수녀원 학교에서 다들 그랬어, 내 손이 제일 곱다고. 그때 난 수녀가 되고 싶었어. 아니면 피아니스트가.
(사이)
둘 다 되지 못했지. 그이를 만났으니까. 그리고 그 봄 이후로… 나는 나였던 적이 없어.
이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자유롭게 연습·공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