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는 생각하지 마. 그냥 안부를 물어본 것뿐이니까. 건방진 애송이야. — 하긴, 말은 잘하더라. 그런데 말이 무슨 소용이야? 아니지, 듣는 사람 귀에 즐거우면 소용이 있긴 하지. 잘생긴 젊은이야. 아주 잘생긴 건 아니고. 그런데 자존심 하나는, 참. 뭐, 그것도 이상하게 어울리긴 해. 크면 제법 근사한 사내가 되겠지. 제일 나은 건 얼굴빛이야. 혀로는 사람을 콕콕 찌르면서, 눈으로는 그 상처를 도로 고쳐 놓더라니까. 키는 크지 않아. 그래도 나이에 비하면 큰 편이지. 다리는 그저 그래. — 아니, 그런대로 괜찮았어. 그리고 그 입술의 발그레한 빛. 뺨의 빛깔보다 조금 더 진하고 무르익은 빨강이었어. 진분홍하고 다홍의 차이랄까. (사이) 이상하지. 나한테 그렇게 면박을 줬는데, 왜 나는 한마디도 받아치지 못했을까. 모르겠어. 뭐, 아무래도 좋아. 넘어간 거지 끝난 게 아니니까. 아주 톡톡히 비꼬는 편지를 써서 보내 줄 테야. 콧대가 남아나지 않게. 네가 전해 줄 거지, 실비어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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