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포샤와의 결혼을 걸고 금·은·납 세 상자 앞에서 겉모습의 허상을 간파하며 납 상자를 고르는 장면.
연기 포인트 — 화려함을 하나씩 논리로 배제해 가는 사유의 호흡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선택에서 망설임 없는 확신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독백 전문
겉모습이란 속과 가장 다를 수 있는 법. 세상은 언제나 장식에 속아 넘어가지. 법정을 보라. 아무리 더럽고 썩은 소송이라도 그럴싸한 목소리로 양념을 치면 악의 낯짝이 가려지지 않던가? 종교를 보라. 아무리 저주받을 이단이라도 근엄한 얼굴이 축복하고 성경 구절로 치장하면, 그 흉함이 고운 장식 아래 숨지 않던가? 아무리 단순한 악덕도 겉에는 미덕의 표지를 달고 있는 법이다.
속은 모래 계단처럼 무른 겁쟁이들이 턱에는 헤라클레스 같은 수염을 기르지. 간은 우유처럼 하얀 주제에, 용맹해 보이려고 무서움의 껍데기만 뒤집어쓴 자들. 아름다움은 또 어떤가. 무게를 달아 사고파는 물건이 되어서, 가장 무겁게 치장한 여인이 가장 가벼운 법.
그러니 장식이란, 험한 바다로 배를 꾀어내는 아름다운 해변이요, 검은 얼굴을 가린 고운 너울이요, 교활한 시대가 현자마저 옭아매려고 내미는 그럴듯한 거짓 진실이다.
(상자들 앞으로 다가선다)
그러므로 너, 번쩍이는 황금아 — 미다스의 딱딱한 밥아 — 나는 너를 택하지 않겠다. 너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창백하게 오가는 은화 심부름꾼아. 하지만 너, 초라한 납아. 무엇을 약속하기보다 차라리 위협하는 너. 네 그 수수함이 어떤 웅변보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나는 너를 택하겠다. 부디, 기쁨이 따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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