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재기를 앞두고 원고를 잃어버린 학자가 그것을 자식을 잃은 일에 빗대어 헤다에게 절망을 털어놓는 장면.
연기 포인트 — 실패를 고백하는 부끄러움과 파멸을 예감한 자의 위태로움을 겹쳐, 조용히 무너지는 인물로 그릴 것.
독백 전문
너한테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헤다. 다른 누구한테도 못 할 얘기지만. (잠시 멈췄다가) 아까 한 말은… 실은 다 거짓이었어. 원고를 갈기갈기 찢었다는 것도, 바다에 흩뿌렸다는 것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결국 마찬가지야. 나는 그걸 잃어버렸으니까. 완전히, 이제 어디에도 없어. (허탈하게 웃으며) 테아는 그러더군. 내가 한 짓은 제 자식을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그 책 속엔 그 사람의 순결한 영혼이 담겨 있었으니까. 그래, 하지만 들어봐. 어떤 사내가 밤새 술에 취해 헤매다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와, 아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치자. ‘여보, 내가 이런저런 데를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그만 그 애를 잃어버리고 말았소. 아무리 찾아도 없어. 누가 데려갔는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려.’ (조용히)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인 것보다… 그렇게 어이없이 잃어버린 게 더 나쁜 걸까, 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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